붉은 방
Red Room, 2011
2011년, 나는 용산 재개발 지역의 한 폐허에 들어갔다.
이곳은 용산참사가 발생했던 용산 4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집창촌이었다. 재개발과 부동산 가격 상승 속에서 한때 ‘금싸라기 땅’이라 불렸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보상 문제, 개발 지연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떠났고 방만 남았다.
처음 그곳에 들어갔을 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풍경을 마주했다. 좁은 방 안에는 화려한 벽지와 작은 신발, 옷가지와 화장품, 생활용품들이 그대로 흩어져 있었다. 누군가의 방에 우연히 들어온 것처럼 평범하고 개인적인 흔적들이었다.
그러나 그 일상적인 물건들이 놓인 장소는 더 이상 일상의 공간이 아니었다.
벽은 뜯겨 있었고, 가구는 부서졌으며, 방들은 철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생활했던 여성들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사용했던 물건과 공간에는 삶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흔적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Red Room》에서 나는 그곳에 있었던 여성들의 삶을 재현하거나 대신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사진에 등장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사라진 뒤 남겨진 사물과 공간이다.
벽지와 신발, 거울과 침대, 버려진 물건들은 그 자체로 과거의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이곳에서 생활했고, 욕망과 자본, 도시의 개발 논리가 그들의 삶과 교차했으며, 어느 순간 그들이 이 장소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재개발은 오래된 도시를 지우고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 그러나 공간이 철거된다고 해서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시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말로 기록되지 않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사건이 지나간 뒤의 장소에 카메라를 놓는다.
《Red Room》은 그렇게 남겨진 것들을 바라보는 작업이다.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떠난 방에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