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 of Beginning

 

 PART FACTORY

PART FOREST

 

Fire of Beginning

In the spring of 2017, I had read an article of a wildfire that broke out around Kangneung area, which was impossible to be put out for days. It made leap to consciousness in me an astounding fact that the fire could not be extinguished such a long time in the modern world, rather than the fact that it broke out.

 

It is said that among the fires we human beings can use, nuclear fire is the most powerful. But the fire that breaks out from a nuke melting down can not expire even though we try to extinguish it. The tech that we cannot control can be led into dangerous situation at any time. So I felt it fortunate that the fire finally died out at last. 

The reason I went to the scene of the fire is that I thought I could find an insight about fire by doing photographic works. Ironically I felt a force of life from the trees remaining standing black when I saw them under the bright sunlight. And I realized I’d had the same feeling when I saw a factory that was burnt black. The visual shock that as if I were now looking at an old relic, not a scene of fire made the scene reconstructed like a spiritual temple in my mind.

 

The image of nuclear fire felt like unrealistic was led to the fire that Moses had countered in the Bible. Moses witnessed that the fire on a tree was not burning it. The mystic fire took a form of fire but burned nothing.

My works began from the universal conception of fire, adding the personal experience. The idea that life was born from the ash can either be a sinister prophecy for the future or a description about the story of the past. The action for fire searching has continued from the past, is being done at present, and will continue in the future. The desire for a whole new fire is passing through the past, present and future.

As a result, I tried to find that the border line between the realistic situation and a virtual world can be reflected on the process of aesthetic subjectivity and objectivity and, at the same time, to propose a different point of view based on an aesthetic process by building visual works. 

CRITIC (p.150)

안종현 시작의 불
3.5-4.3 복합문화공간 에무
신승오ㅣ페리지갤러리 디렉터

작가 안종현의 개인전 <시작의 불>은 말 그대로 불을 소재로 한 사진작업이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비물질적인 불 존재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상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남겨진 흔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는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기록 사진의 형식으로도 나타난다. 작품에서 다뤄진 장소는 크게 두 군데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낡은 공장지대의 전소된 건물이고, 다른 하나는 산불로 인해 불타버린 숲이다. 작품에서 보이는 그대로 불에 타버린 건물은 불의 거친 운동감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숲은 타버릴 대로 타버려 소멸되고 잿더미로 뒤덮였다. 두 장소는 대조적이면서도 이어져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순환 구조를 가진다. 이렇게 동일한 불에 의해 나타난 서로 다른 흔적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작가는 어떠한 태도로 이것들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단서는 작가가 이전의 작업에서 주제로 삼은 <통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선형적인 것들을 관습적인 시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우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들에서 작가의 직관적 시각이 접속되는 지점들을 찾아내고 단련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태도와 연관해서 보면 <시작의 불>은 어떤 특별한 대상이 내포하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서사에 천착하여 그럴 듯한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가 다루는 장소는 시간적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진 이후의 공간이긴 하다. 그렇지만 안종현은 원인과 결과의 인과적인 관계성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직관적인 시선이 멈춘, 혹은 작가의 눈에 포착된 것으로 시간적, 논리적 인과관계와는 거리가 먼 작업을 보여준다. 정리하자면 작가는 화재로 인해 벌어진 여러 가지 상황들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서사들을 채집해서 의미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진이 담을 수 없는 비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감각을 포착하기 위한 상황적 혹은 장소적 특수성으로만 활용할 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적인 직관에 따른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사진 작업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더욱 심화돼 나타난다. 따라서 그가 화재로 인한 특정한 공간들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의 흔적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대상과 ‘나’의 관계성이 이어지는 지점에 대한 포착이다.
이와 같은 태도로 작가가 화재 현장을 담아내는 <시작의 불> 시리즈는 어떤 것이 발생하고 난 흔적을 통해 지금 이후에 무엇으로든 변해갈 찰나의 표면이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불은 결국 작가의 말처럼 소멸과 새로운 시작 사이를 매개하는 표면적 대상으로써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 작업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특별한 사건으로 인한 화재가 아니라 비물질적인 불의 표면적 부재를 자신만의 시각적 인식과 접속해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찰나적인 표면으로 사진에 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종현은 외부에서 얻어지는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나’라는 주체의 시각이 포착하는 이미지의 표면에 머무르며, 그 안에서 얻어지는 것들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앞으로 그가 사진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포착해 나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안종현 <시작의 불 factory-#01>(사진 맨 오른쪽) 피그먼트 프린트 140x185cm 2019

[2way art]산불, 그 이후…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생명

■ 안종현 <시작의 불> 2019.03.05 ~ 04.03 갤러리 에무

“2017년 봄, 강원도 강릉에서 큰 산불이 났다. 대형화재로 발전하여 헬리콥터와 소방대원들이 출동됐음에도 불구하고 몇 주 동안이나 진압이 어려웠다”

시작의 불 – forest #01, pigment print, 100×145, 2019
여기까지는 언론보도이고 사실이다. 사건의 발단이자 종결이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안종현의 카메라는 작동한다. 그의 호기심은 “왜 현대사회에서 몇 주 동안이나 산불을 제압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여, 사진이라는 예술장르의 역할을 대안의 가능성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시작의 불 – factory #01, pigment print, 140×185, 2019
불은 예술에서 매력적인 모티브이다. 역사의 기원은 인류와 문명의 시작을 열어준 모닥불에서부터 시작하고,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에서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옥불이 등장한다. 그런가하면 동화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불은 가련한 소녀의 염원을 담은 알레고리가 된다. 불이 가지고 있는 꺼지지 않는 에너지와 시작적인 특징은 여러 예술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한편 안종현 작가가 불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최근 미디어에서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화재뉴스였다. 그는 2010년 이후 국내에서 대규모 화재가 매우 빈번히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집 근처 수락산에도 화재 뉴스를 접한 이후에 직접 현장을 찾았고, 잿더미 속에서 포착되는 묘한 생명의 에너지는 ‘시작의 불’의 모티브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에게 불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시작의 불 – factory #15, pigment print, 140×185, 2019
<시작의 불>의 코드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사진과 카메라라는 매체를 접하는 태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에 등장하는 산불의 이미지는 현장을 설명하기 위한 보조 자료로써의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화재현장을 담은 사진을 통해 화재의 규모를 가늠하거나 정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사 이후의 현장과 사건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시작의 불 – forest #01, pigment print, 100×145, 2019
그런 맥락에서 사건의 발생 이후의 현장에 주목하는 안종현 작가의 사진은 르포르타주(reportage: 프랑스어 ‘탐방’에서 비롯되었으며, 현장성을 바탕으로 보고자의 주관을 섞지 않고 서술하는 방식의 문학, 영화, 사진, 다큐멘터리)의 방법을 토대로 한다. 산불이 나고 잿더미에서 발견한 생명력은 어떤 뉴스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에너지였다. 또한 사진 한 장이 현장의 주인공으로 오롯이 기능하며, 현장의 사실성과 동시에 에너지와 감성을 전달하는 매체로 되살아난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이 사진 앞에서 여러 방향의 유추와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르포르타주 사진의 매력이다.
HENRI CARTIER-BRESSON 1908-2004ㅣ사진출처 International photography Hall of Fame and Museum
르포르타주적인 이미지를 위한 기법적인 원칙은 단순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그 기본에 충실하려는 관점이 묻어난다. 원칙은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을 트리밍*하지 않을 것, 표준렌즈를 사용할 것, 그리고 롱테이크 기법을 활용할 것. 이 원칙은 작가가 가장 존경하는 사진작가이자 스트레이트 사진의 역사적인 인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원칙을 따른 것이다.
*트리밍ㅣ사진 촬영어 끝난 후 화면구성을 하는 것.브레송은 1930년대와 40년대 세계 제2차대전과 스페인 내전의 정황을 포착한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잘 알려진 사진작가이다. 그의 사진은 셔터를 누르기 이전에 현실 상황을 숙고한 뒤 사진을 촬영하며, 결과물은 절대로 재편집하지 않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데사우 수용소에서 군중 속의 여자와 고발자의 대립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은 어떤 기교 없이 작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강렬한 이미지와 역사성을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의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와 촬영한 영화 <귀환 Le Retour>을 통해 전쟁포로들의 귀환을 다루기도 했다. 브레송의 첫 번째 책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프랑스어 본제목은 ‘재빠른 이미지들(Images a la sauvette)’이지만 국내에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과 개념으로 더 알려져있다. 1940년 전쟁포로로 붙잡히지 며칠 전 라이카 카메라를 묻었다가 1943년 탈옥에 성공한 뒤 다시 찾았다는 일화는 특히 유명하며, SLR 렌즈를 사용하는 타 브랜드들의 카메라와는 달리 브레송의 스트레이트 사진 철학을 가장 기술적으로 잘 구현하는 RF 렌즈를 갖춘 라이카 카메라는 국내에서도 최근 크게 유행했었다.
“Images a la sauvette”, d’Henri Cartier-Bressonㅣ사진출처 telerama
뉴스에서 접한 산불로 시작한 작가의 호기심은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확인하는 데에서 다시 출발한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우리의 삶 속으로 한 번 더 내려와 수많은 철거와 폐허의 현장으로 연결된다.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찾은 작가는 아수라가 되어 버린 잿더미에서 다시 한 번 반전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폐허가 되어 버린 신전의 이미지와 화재 현장을 연결한 작가의 시선은 오로지 사진의 시각언어로만 발언하고 있다. 미필적 고의성 폭력과 방치의 현장이 난무하는 가장 ‘한국이고 동시대적인’ 사회 현장의 다름 아니다.
 
시작의 불 – forest #01, pigment print, 140×185, 2019

안종현 작가의 르포르타주기법은 사실 이전 작업에 더 진하게 묻어난다. <군>(2007) 시리즈는 작가가 실제 군에 입대해서 동료 군인들과 군의 현장을 촬영한 사진들이다. 군대라는 대단히 억압적인 사회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료들의 모습은 극도로 제한적인 조명의 필름 사진으로 남아 있다. (군대에서 허용된 사진 환경은 35mm 단초점 렌즈와 자연광, 니콘 수동 스트로보였다고 한다) 제대 이후 <붉은 방>(2011) 시리즈는 용산참사 이후 잿더미로 변해 버린 용산의 홍등가를 촬영한 것들이다. 강렬하고 정직한 이미지로 동시대인의 양심을 후벼파는 이 사진들은 최근 출간한 작가의 작품집 <보통 Normal>(2018)에서 볼 수 있다.사진제공ㅣ복합문화공간 에무

ㅣ안종현 개인전 <시작의 불>
ㅣ2019.03.05 ~ 04.03
ㅣ복합문화공간 에무 www.emuartspace.com

글ㅣ조숙현(전시기획자)

조숙현은 현대미술 전문 서적∙아트북 출판사인 아트북프레스(Art Book Press)를 설립했다.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졸업했고 영화주간지 Film 2.0과 미술월간지 퍼블릭아트에서 취재기자를 했다. 저서로는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스타일북스, 2015), <서울 인디 예술 공간>(스타일북스, 2016) 등이 있으며, 2018년 강원국제비엔날레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출처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8445728&memberNo=37451778&fbclid=IwAR1rWWUpaa-4deBlGQ2kMUzBNA8BVE7Py15f_pjPLnFED2_t5mu5L7XwG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