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Psychiatric Hospital

국립정신병원_열린 문

 

국립정신병원

National Psychiatric Hospital

《Far, Near, Middle》 이후 나는 사건이 지나간 장소에 무엇이 남는지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한국전쟁과 냉전 이후 만들어진 군사시설과 기지촌, DMZ의 지뢰지대처럼, 국립정신병원 역시 한 시대의 제도와 개인의 삶이 중첩된 장소다.

사람들이 떠난 병원에는 여전히 수많은 흔적이 남아 있다. 커튼과 침대, 진료 장비, 닫힌 창과 열린 문, 계단과 난간, 벽에 남은 얼룩과 개인의 물건들. 그것들은 더 이상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지만, 한때 이곳을 구성했던 질서와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시간을 드러낸다.

나는 먼저 이 공간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그리고 그 안에 다시 사람의 몸을 들여놓았다.

인물들은 눈을 감는다. 시각을 멈춘 채 손으로 벽을 더듬고, 발로 바닥의 높낮이를 확인하며, 지팡이로 공간의 경계를 찾아간다. 어떤 이는 기둥에 몸을 기대고, 어떤 이는 바닥 가까이 몸을 낮춘다.

눈을 감는 것은 과거를 재현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보이는 것만으로 장소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잠시 중단하는 행위다.

시각이 사라지면 공간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손끝은 벽의 온도와 질감을 읽고, 발은 바닥의 균열과 경사를 감지하며, 귀는 비어 있는 병동의 울림과 침묵을 듣는다. 몸은 장소를 통과하는 하나의 감각기관이 된다.

컬러로 기록된 빈 공간과 흑백으로 기록된 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장소를 바라본다. 하나가 남겨진 것들의 물질적 표면을 기록한다면, 다른 하나는 그 표면에 몸을 접촉시킨다.

사진은 본 것을 기록하는 매체다. 그러나 이 작업에서 사진 속 인물들은 눈을 감고 있다. 카메라는 보고 있지만, 그들이 장소를 이해하는 방식은 보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National Psychiatric Hospital》은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경험을 대신 말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이 떠난 뒤에도 남아 있는 공간과 현재의 몸을 다시 만나게 한다.

그 접촉을 통해 나는 묻는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기억을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