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way

《Subway》

지하의 궤도를 달리는 철제 칸 안에서 인간은 완벽한 타자가 된다. 《Subway》는 2000년대 초반, 스마트폰이라는 매끄러운 시각적 도피처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지하철 풍경을 기록한 아카이브다.

손바닥 안의 작은 액정으로 시선을 숨길 수 없었던 그 시절, 지하철이라는 비장소(Non-place)에 던져진 사람들은 극단적인 물리적 밀착 속에서 날것 그대로의 고립을 감당해야만 했다. 활자가 빼곡한 신문지 뒤로 피로를 숨기거나, 차가운 인공조명 아래 갈 곳 잃은 시선을 허공에 띄워 둔 채 목적지를 향해 자신을 유예하던 시간들. 덜컹거리는 어두운 차창에는 맹렬하게 팽창하던 도시를 지탱하느라 소진된 텅 빈 얼굴들이 유령처럼 맺혀 있었다.

이 사진들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다. 나는 렌즈를 통해 서로를 외면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가장 선명하게 의식해야 했던 그 기묘한 진공 상태를 채집했다. 20여 년의 지층을 뚫고 웹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다시 펼쳐진 이 흑백의 기록들은,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 웅크리고 있던 우리 시대의 근원적인 소외와 실존적 불안을 다시금 호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