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stic Flowers

Plastic Flowers #01, pigment print, 185x150cm, 2020

 

Plastic Flowers #08, pigment print, 100X125cm, 2020

 

Plastic Flowers #09, pigment print, 100X125cm, 2020

 

Plastic Flowers #12, pigment print, 100X125cm, 2020

 

 

Plastic Flowers #03, pigment print, 100X125cm, 2020

 

Plastic Flowers #073, pigment print, 100X 125cm, 2020

 

Plastic Flowers #14, pigment print 100X125cm, 2020

 

Plastic Flowers #05, pigment print, 150x185cm, 2020

 

Plastic Flowers #17, pigment print, 100x125cm, 2020

 

Plastic Flowers #18, pigment print, 100X125cm, 2020

 

Plastic Flowers #20, pigment print, 185x150cm, 2020

 

플라스틱 꽃

2009년,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유리관에 담긴 플라스틱 꽃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 꽃들이 유리관에 담겨, 옛 망월동 묘역에서부터 일반 묘지까지 이어진 그 풍경은 한국의 다른 묘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이었다.

처음엔 이 유리관 속 플라스틱 꽃들과 물건들이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물처럼 보였다. 마치 기억 자체를 형상화한 듯한 모습이었다. 민주 묘역에서 시작된 이 유리관 속의 플라스틱 꽃들은 점차 일반 묘역까지 확산되었고, 시간이 지나며 어떤 꽃들은 유리관 안에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었다. 어떤 꽃은 살아있는 듯 생생했고, 또 어떤 꽃은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덤 앞 유리관 속에 놓인 플라스틱 꽃들은, 기억과 감정의 영속성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현실의 감정과 기억은 영원하지 않다. 그것들은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유리 안에서 천천히 변해가는 플라스틱 꽃들은 인공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시간의 단면처럼 느껴졌다. 이 느리게 변모하는 꽃들을 통해, 나는 현실의 모든 것이 결국 사라져가는 것임을, 우리가 사랑과 기억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유리관 속 꽃들은 방치되었고, 결국 ‘특수 폐기물’이라는 이름 아래 현실에서 잊혀질 운명을 맞았다. 나는 그 유리관 속 플라스틱 꽃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며, 인간의 감정과 기억, 영원함과 덧없음,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