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Land

미래의 땅 _Future Land (2013)
작업노트

선조 13년(1580), 강원도 관찰사였던 송강 정철은 강원도 정선의 골두암을 지나며 이렇게 말한다.
”먼 훗날 이 바위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이 깊은 산골에 모여들어 고개를 들어 이를 우러러 보게 될 것이다.“
그의 예언은 약 340년 후 현실이 되었다. 1923년, 일제 강점기 시절 이곳에 대규모 텅스텐 광산이 들어서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마을을 이루었다. ‘대한중석’이라 불렸던 이 광산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산업시설이자, 일제가 자원을 수탈하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산업화의 열기가 식고,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도시는 붕괴되고 기억만이 남았다.
나는 이 유적과 폐허의 풍경 앞에 섰다. 정철은 과연 무엇을 보고 그런 예언을 남긴 것일까? 그는 광산을 예견했던 것이 아니라, 아마도 이 땅이 품은 보이지 않는 기운, 혹은 흐름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가 본 것을 다시 붙잡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은 멈춘 시간 속에서 공간을 다시 호흡하게 한다.
인적 없는 공장, 텅 빈 사무실, 부서진 건축 구조물, 그리고 풍화된 산허리의 콘크리트 구조물. 이 이미지들은 단지 과거의 잔해가 아니라, 미래의 단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우리는 도시에서 소비되고 소멸되는 기억과 욕망을 마주한다.
‘미래의 땅’은 과거를 복원하거나 애도하는 작업이 아니다. 오히려, 한 시대의 욕망이 밀려간 자리에서 ’어떤 미래가 남겨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이 도시의 풍경은 우리가 마주할 도시의 미래일 수도 있다.

사진은 단지 기록의 수단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경험하게 하는 매개체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폐허 속에서 우리 시대의 욕망과 구조, 기억의 퇴적층을 읽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