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FACTORY
PART FOREST
Fire of Beginning
My work begins with the universal concept of fire, enriched by personal experience. The idea of imagining a new beginning from ashes is akin to the vision that arises when witnessing the remnants of a burnt forest. In a place where everything seemed to have ended, I discovered traces of life, and I documented that space-time.
With the advancement of technology, humanity’s quest for a new fire has continued throughout history, persists in the present, and will extend into the future. If humanity discovers a new fire in the future, I hope it will be a fire that fosters life rather than one that brings destruction.
Through this work, I sought to explore how the boundary between realistic situations and virtual worlds can be reflected in the process of aesthetic subjectivity and objectivity. Simultaneously, I aimed to propose a new perspective through the aesthetic process by creating visual works.
CRITIC (p.150)
안종현 시작의 불
3.5-4.3 복합문화공간 에무
신승오ㅣ페리지갤러리 디렉터
작가 안종현의 개인전 <시작의 불>은 말 그대로 불을 소재로 한 사진작업이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비물질적인 불 존재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상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남겨진 흔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는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기록 사진의 형식으로도 나타난다. 작품에서 다뤄진 장소는 크게 두 군데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낡은 공장지대의 전소된 건물이고, 다른 하나는 산불로 인해 불타버린 숲이다. 작품에서 보이는 그대로 불에 타버린 건물은 불의 거친 운동감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숲은 타버릴 대로 타버려 소멸되고 잿더미로 뒤덮였다. 두 장소는 대조적이면서도 이어져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순환 구조를 가진다. 이렇게 동일한 불에 의해 나타난 서로 다른 흔적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작가는 어떠한 태도로 이것들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단서는 작가가 이전의 작업에서 주제로 삼은 <통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선형적인 것들을 관습적인 시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우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들에서 작가의 직관적 시각이 접속되는 지점들을 찾아내고 단련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태도와 연관해서 보면 <시작의 불>은 어떤 특별한 대상이 내포하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서사에 천착하여 그럴 듯한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가 다루는 장소는 시간적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진 이후의 공간이긴 하다. 그렇지만 안종현은 원인과 결과의 인과적인 관계성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직관적인 시선이 멈춘, 혹은 작가의 눈에 포착된 것으로 시간적, 논리적 인과관계와는 거리가 먼 작업을 보여준다. 정리하자면 작가는 화재로 인해 벌어진 여러 가지 상황들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서사들을 채집해서 의미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진이 담을 수 없는 비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감각을 포착하기 위한 상황적 혹은 장소적 특수성으로만 활용할 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적인 직관에 따른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사진 작업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더욱 심화돼 나타난다. 따라서 그가 화재로 인한 특정한 공간들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의 흔적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대상과 ‘나’의 관계성이 이어지는 지점에 대한 포착이다.
이와 같은 태도로 작가가 화재 현장을 담아내는 <시작의 불> 시리즈는 어떤 것이 발생하고 난 흔적을 통해 지금 이후에 무엇으로든 변해갈 찰나의 표면이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불은 결국 작가의 말처럼 소멸과 새로운 시작 사이를 매개하는 표면적 대상으로써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 작업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특별한 사건으로 인한 화재가 아니라 비물질적인 불의 표면적 부재를 자신만의 시각적 인식과 접속해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찰나적인 표면으로 사진에 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종현은 외부에서 얻어지는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나’라는 주체의 시각이 포착하는 이미지의 표면에 머무르며, 그 안에서 얻어지는 것들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앞으로 그가 사진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포착해 나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2way art]산불, 그 이후…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생명
■ 안종현 <시작의 불> 2019.03.05 ~ 04.03 갤러리 에무
“2017년 봄, 강원도 강릉에서 큰 산불이 났다. 대형화재로 발전하여 헬리콥터와 소방대원들이 출동됐음에도 불구하고 몇 주 동안이나 진압이 어려웠다”
*트리밍ㅣ사진 촬영어 끝난 후 화면구성을 하는 것.브레송은 1930년대와 40년대 세계 제2차대전과 스페인 내전의 정황을 포착한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잘 알려진 사진작가이다. 그의 사진은 셔터를 누르기 이전에 현실 상황을 숙고한 뒤 사진을 촬영하며, 결과물은 절대로 재편집하지 않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데사우 수용소에서 군중 속의 여자와 고발자의 대립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은 어떤 기교 없이 작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강렬한 이미지와 역사성을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의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와 촬영한 영화 <귀환 Le Retour>을 통해 전쟁포로들의 귀환을 다루기도 했다. 브레송의 첫 번째 책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프랑스어 본제목은 ‘재빠른 이미지들(Images a la sauvette)’이지만 국내에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과 개념으로 더 알려져있다. 1940년 전쟁포로로 붙잡히지 며칠 전 라이카 카메라를 묻었다가 1943년 탈옥에 성공한 뒤 다시 찾았다는 일화는 특히 유명하며, SLR 렌즈를 사용하는 타 브랜드들의 카메라와는 달리 브레송의 스트레이트 사진 철학을 가장 기술적으로 잘 구현하는 RF 렌즈를 갖춘 라이카 카메라는 국내에서도 최근 크게 유행했었다.
안종현 작가의 르포르타주기법은 사실 이전 작업에 더 진하게 묻어난다. <군>(2007) 시리즈는 작가가 실제 군에 입대해서 동료 군인들과 군의 현장을 촬영한 사진들이다. 군대라는 대단히 억압적인 사회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료들의 모습은 극도로 제한적인 조명의 필름 사진으로 남아 있다. (군대에서 허용된 사진 환경은 35mm 단초점 렌즈와 자연광, 니콘 수동 스트로보였다고 한다) 제대 이후 <붉은 방>(2011) 시리즈는 용산참사 이후 잿더미로 변해 버린 용산의 홍등가를 촬영한 것들이다. 강렬하고 정직한 이미지로 동시대인의 양심을 후벼파는 이 사진들은 최근 출간한 작가의 작품집 <보통 Normal>(2018)에서 볼 수 있다.사진제공ㅣ복합문화공간 에무
ㅣ안종현 개인전 <시작의 불>
ㅣ2019.03.05 ~ 04.03
ㅣ복합문화공간 에무 www.emuartspace.com
글ㅣ조숙현(전시기획자)
조숙현은 현대미술 전문 서적∙아트북 출판사인 아트북프레스(Art Book Press)를 설립했다.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졸업했고 영화주간지 Film 2.0과 미술월간지 퍼블릭아트에서 취재기자를 했다. 저서로는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스타일북스, 2015), <서울 인디 예술 공간>(스타일북스, 2016) 등이 있으며, 2018년 강원국제비엔날레 큐레이터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