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y

 

Army (2007)

work note

2005년 8월 23일, 나는 입대했다.

분단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군복무였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 보니 분단은 더 이상 교과서 속의 단어가 아니었다.
무채색의 풍경과 규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분단이 만든 긴장의 공기를 매일같이 마주해야 했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열망은 그 공간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음엔 카메라를 쥘 수조차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는 질문이 나왔고, 나는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
“잘할 것 같진 않지만, 다른 사람이 없으니 너라도 해봐.”
그렇게 받은 카메라로 나는 첫 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은 다음 날 군 신문에 실렸다.
그날 이후, 나는 군인인 동시에 사진가가 되었다.

35mm 카메라와 Tri-X 흑백 필름 몇 롤, 수동 스트로보 하나.
내게 허락된 장비는 그뿐이었다.
나는 인공적인 조명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자연광만을 사용해 찰나의 장면을 기록했다.
경계, 기다림, 침묵, 반복되는 일상 속의 짧은 환기 같은 것들.

휴가 중에 직접 필름을 현상하며, 머릿속에만 남아 있던 이미지들이 눈앞에서 부유하는 순간을 마주했다.
나는 전우들의 모습, 나 자신의 모습, 그리고 말없이 존재하는 이 분단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다.

지금 이 작업은, 당시의 내가 느꼈던 무언의 감정들—분단의 실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표정, 소리 없는 무게—를 다시 꺼내어 공유하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