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내가 동물원에서 마주한 것은 동물이 아니라, 그들을 가두고 있는 견고하고도 투명한 ‘경계’다. 유리창과 쇠창살은 관람객의 안전을 담보하는 장치인 동시에, 이쪽의 세계(문명)와 저쪽의 세계(야생의 모방)를 철저히 분리하는 단절의 벽이다. 《Zoo》는 이 폭력적인 경계선 위에 박제된 시간들을 현상학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이다.

이 제한된 공간 속에서 생명과 비생명, 자연과 인공의 경계는 기형적으로 뒤섞인다. 생명을 잃은 앙상한 플라스틱 나무 곁을 배회하는 살아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기이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살아있으나 온전히 살아있지 못하며, 대상화된 객체이면서도 문득문득 통제할 수 없는 야생의 숨결을 발화하는 미지의 타자(他者)다.

렌즈에 포착된 동물들의 멈춰진 몸짓과 허공을 맴도는 시선은, 우리가 그토록 규정하고 가두려 했던 자연의 실체가 끝내 포획되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 작업은 경계 안팎을 가로지르는 시선의 권력을 해체하고, 인위적인 틈새에서 부유하는 기이하고도 낯선 존재의 감각을 사진의 표면 위로 건져 올리는 시도이다.

 

2007-2009